보수 안건을 총액의 적정성이 아니라 산정 기준과 배분 권한의 소재로 심사하면, 형식상 승인이 유지되는 구조에서도 통제의 이동이 보입니다.
승인은 남았는데 심의는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주주총회가 보수 한도를 승인하는 절차는 주주가 경영진 보상에 개입하는 몇 안 되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한도를 정관에 근거 규정으로 옮기고 구체적 산정 기준과 배분 권한을 이사회에 위임하면, 승인 절차는 형식적으로 남아 있으나 매년 심의하던 대상은 사라집니다. 절차가 유지된다는 사실만으로 통제가 유지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이 정리한 것 —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
대법원은 2025년 4월 24일 선고 2025다210138 판결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관하여 이사인 주주가 상법 제368조 제3항의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도가 정해지면 그 범위에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개인적 이해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판결이 강화한 것은 절차가 아니라 통제다
이 판단의 실무적 함의는 지배주주가 이사를 겸하는 회사에서 자신의 보수 한도를 스스로 승인할 수 없게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지분율이 높더라도 일반주주의 동의 없이는 한도 승인이 부결될 수 있습니다. 판결이 겨냥한 것은 승인이라는 절차의 존재가 아니라 그 승인이 실제로 통제로 기능하는지입니다.
같은 법적 수단이 정반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관에 보수 규정의 근거를 두는 것 자체는 허용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그 규정이 주주총회의 통제 기능을 보강하는지 대체하는지입니다. 산정 기준과 상한이 정관에 명시되고 주주총회의 연례 심의가 유지되면 보강입니다. 기준의 구체화와 배분 권한이 모두 이사회에 위임되고 연례 심의가 사라지면 대체입니다. 조문의 형식은 같고 효과는 반대입니다.
총액이 아니라 구조를 본다
보수 안건 심사의 질문을 총액의 적정성에 두면 비교 대상이 동업 업계 수준밖에 남지 않습니다. 질문을 구조에 두면 확인할 것이 생깁니다. 산정 기준이 공시되어 있는가. 성과와 보상의 연동이 지표로 설명되는가. 한도 대비 실지급 수준이 공개되는가. 상여금과 퇴직금이 한도 밖에서 별도로 수령되는 구조는 아닌가. 환수 조항은 있는가.
점검 항목
첫째, 정관 개정과 보수 규정 승인이 같은 회차에 함께 상정되었는지 확인합니다. 둘째, 개정 이후 주주총회가 무엇을 심의하게 되는지를 개정 전과 대조합니다. 셋째, 위임된 권한의 범위와 그 권한을 행사하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확인합니다. 넷째,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이 어떻게 산정되었는지 확인합니다.
회사 쪽에서 읽으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회사가 제시할 수 있는 논리도 분명합니다. 판결 이후 지배주주가 이사인 회사는 한도 승인이 실무상 어려워졌고, 보수 규정을 정관에 두는 것은 허용된 방식이며, 승인 절차를 폐지한 것이 아니라 방식을 바꾼 것입니다. 이 설명이 충분한지는 위임의 범위와 공시의 충실성에서 갈립니다. 설명 자체가 없는 경우와 설명이 있으나 부족한 경우는 다르게 다뤄져야 합니다.
한계
이 글은 판결의 취지와 그것이 만든 실무 질문을 정리한 것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안건의 적법성과 의결권 산정은 회사의 정관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의 확인이 필요합니다.